2007. 4. 25. 01:15
최보연이 만든 케잌
인도에서 사는 최보연은 매년 집에서 자신이 만든 케잌을 식구들을 위해서 내 놓았다.
아직도 인도의 제빵기술은 한국의 70년대 수준이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집에서 만드는 빵이 가장 입맛에 맞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집에 오븐이 없어서 최보연은 압력솥에서 빵 만들기 시도를 했고 그 다음에는 전기밥통에서 빵을 만들어 케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조그만 제빵기계를 누군가 쓰다가 준 것을 사용했고, 올 해는 쿠쿠 밥솥을 한국에서 새로 구입해 인도로 가져올 때 받은 사은품인 식빵 두 덩어리 크기만한 전기오븐에서 빵을 구워 케잌을 구워냈다. 그리고 매번 그녀는 케잌위에 가족들의 이름을 독특한 것들을 사용해 장식해서 선보이곤 했다.
나는 한국처럼 수퍼마켓에 가면 무엇이든지 구할 수도 없고 전화 한 통이면 별 다섯개 호텔에서 만드는 것 같은 케잌을 근처 제과점에서 배달 시킬수도 없는 이곳 인도에서 7년동안 살면서 최보연의 창조적인 모습들을 수도 없이 목격하면서 살아왔다.
케잌과 진주 생일
최보연의 창조적이고 집중하는 모습은 그녀의 어린시절을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나보다 다섯배는 빠른 글 읽기 속도와 이해력 등은 (사실 나는 매우 느리게 글을 읽고 아주 느리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얼마나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자기안에서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최보연과 살면서 많은 편지들을 받았다. 물론 연애시절에도 그녀로부터 많은 편지들을 받았지만(대부분 작고 이쁜 글씨와 그림들이 곁들여진 정말 재밌고 사랑스러운 편지들 이다.) 결혼후 받은 것들이 더 많다. 모두 내 책상 서랍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그녀와 매일 매일 함께 지내면서 나는 그녀가 마치 대학교 3학년 학생같이 느껴지곤 한다. 그녀의 유머와 그녀의
최보연과 진주 진우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최보연. 나는 그녀가 언제나 대학생처럼 창조적이고 유쾌하게 나이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한국에 남겨두고 온 몇 박스나 되는 초등학교 때부터 써내려간 일기장들을 절대 버리지 말고 남편인 나에게도 보지 말아 달아고 부탁할 때부터 나는 그녀가 그녀만의 소중한 방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방이 그녀에게 얼마나 편안한지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무엇이라는 것은 결혼 생활 내내 지켜져온 사실들이었다.
진주 진우 그리고 남편인 나에게 흘려 보내는 그녀의 창조적이고 부드러운 그러나 매우 강한 그 사랑과 헌신은 분명 그 방으로부터 오는 것이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나는 2007년에도 나보다 나은 반쪽(Better half of mine)인 최보연의 생일이 올 때마다 그녀의 창조적인 것들을 흉내내려고 하는 나를 발견 한다. 나는 나의 빈천한 창조의 방을 열어볼 때마다 '이것은 내게 없는 은사(Gift)야' 라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그래도 진심으로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유머러스하고 창족적인 사람으로 생각해주고 격려해 주는 그녀 최보연. 오늘은 그 최보연의 생일이다. 서른번째 생일!!!! 나는 그녀를 감동시키고 싶다. 물론 여지없이 그녀는 감동했고 기뻐했으며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최보연의 서른번째 생일 그리고 케잌
우리에게 크고 화려한 케잌이 없어도 최보연이 김진주, 김진우, 김영기의 마음에 만들어준 그 방 안에는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랑의 케잌과 촛불이 켜져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촛불을 볼 수 있다.
오늘은 최보연의 서른번째 생일이다.
----- 자매에게 2 ------
당신은 나를 통해 행복을 얻으려 하지 않는 분이군요.
맞아요, 나 또한 당신을 통해 행복을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혼란하고 어지러울 때 당신은 당신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
누군가와 이야길 나누더군요.
나도 당신이 없을 때 그 방에 들어가곤 합니다.
잘 정돈된 그 방엔 하얀 침대가 있고 창문이 있습니다.
창가에 달린 테라스엔 많은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화분마다 당신이 새겨놓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고백을 먹고 자라는 그 화분들.
당신이 언제나 내게 평안과 화평 그리고 유쾌한 유머를
선사할 수 있는 것은 그 방안에서 누리는
기쁨 때문인것을 깨달았답니다.
당신과 살 수많은 시간을 나도 그 방에 들어갈 겁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흘러넘치는 것들을 나누어 줄렵니다.
당신은 골방 열쇠를 가지고 계신 분인가요?
靑潭.
사족: 결혼전에 배우자를 위해서 기도하면서 써내려간 시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기도에 합당한 아내를 주셨음에 감사를 드린다.
'Fa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Back to India (5) | 2007.10.08 |
---|---|
Monsoon in Mumbai (0) | 2007.06.30 |
What's up? (2) | 2007.04.25 |
딸이 아플 때 (0) | 2007.04.24 |
진주 (0) | 2007.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