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gium'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07.04.24 The door
  2. 2007.04.24 춘곤증
  3. 2007.04.24 하나님은 참 좋으신분
  4. 2007.04.24 교만
  5. 2007.04.24 죽으러 가는 길
  6. 2007.04.24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7. 2007.04.24 인간에 대한 이해
  8. 2007.04.24 I trust you
  9. 2007.04.24 계절이 바뀔 때마다
  10. 2007.04.24 한 여름 밤의 꿈
2007. 4. 24. 23:30
 
토요일.

교회에 가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나님 차비 주세요. 기도한다.

몇 달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차비를 주셔서 교회에 넉넉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오늘도 느긋하게 이불 속에 누워 하나님 차비 주세요

기도했다. 마침 주머니에 5백원짜리 동전 하나가 있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다. 와우. 교회갈 차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기도를

하자마자 바로 전화벨이 울린다.  '영기냐. 오늘 토요일 이니까

늦지 않게 동사무소 가서 등본 세 통을 떼 놓으렴' 어머님의 전화다.

등본을 떼고보니 주머니엔 동전 두개가 남았다.

아버지 어쩌죠...  주님은 토실 토실하게 살이 붙은 허벅지를 내려다 보시며

"오늘은 걸어가렴.." 하신다.

교회까지 산 하나를 넘어간다. 차분하고 평온하게 걸어가는 시간

참으로 오랜만에 산보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몇 개월간 전철이나

버스만 타고 다녔던것 같다. 간만에 맛보는 도보 묵상 시간이다.

쑥 고개마루에 문들이 많이 서 있다. 멋있는 문양이 박혀있는 문(door) 만드는

공장을 빙 둘러싸고 문들이 세워져 있다. 그 많은 문들 중 하나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동했지만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냥 보기 좋게 전시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공장으로 들어가는 진짜 문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

는다. 연달아 붙어있는 수 개의 문들 중에 어느것이 입구로 들어가는 진짜

문일까?

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문(The door)을 알고 있다. 지금 걸어가며 나를

훑고 지나가는 모든 순간이 나에겐 문 인 것이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

느니라 말씀하신 예수님이 바로 나의 문(The door) 인 것이다.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답게 장식한 대문 공장의 전시된 문과 같은 것

을 두드리고 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이 문들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벽

이 있을것이다. 모두가 가짜 문인 것이다. 그곳엔 오직 하나의 진짜 문만 있을

뿐이다.

난 고민하지 않는다 언제나 손을 내밀어 열 진짜 문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곳

엔 예수님과 함께 산책할 동산이 있다. 난 자주 그 동산에서 꽃을 심고

달고 맛있는 포도를 따 먹곤 한다.

쑥 고개를 넘어서서 한 숨을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파온다. 벌써 점심시간인가?

주머니 속에서 동전 두개가 잡혀온다.

따르르릉 여보세요,  ' 어? 어디냐? 밥 먹었니?'

교회 근처에서 태권도 도장을 하는 형이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점심이나 함께 먹자고 권한다.

오늘 주님은 넉넉히 산보할 시간도 주시고 점심도 주셨다.

난 오늘도 그 문(The door)을 기꺼이 열어주신 주님의 손을 잡아 본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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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29

두툼하고 딱딱한 껍질로 겨울을 살아낸 목련나무.

그 투박하기 그지없는 나무 속에서 아기 볼보다 더 보드랍고 하얗게

빛을 내는 목련꽃이 피어난다.

냄새도 나고 보기싫게 흙이 덕지 덕지 붙어있던 베란다 화분 흙 속에서

방금 고개를 내민 여리디 여린 새순.

저 딱딱한 나무 속에 목련이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내어버려도 시원찮았을 시커먼 흙 속에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동화 속에는

보기에도 징그러운 애벌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번데기를 거쳐서 나중엔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는

내용이다.

하나님은 성경속의 주인공들에게도 비슷한 내용으로 스토리를

전개시켜 나가곤 하신다. 모세도 요셉도 그리고 다윗도 모두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후 애벌레의 기간과 딱딱한 누에고치상태인

번데기의 변태과정을 거친다. 모두가 하나님께서 주신는

연단의 광야기간, 불의 기간을 거쳐 주님께서 쓰시기에 적합한

도구가 되어진다.

그럼 난 요즘,,애벌레인가 번데기인가?  자문해 본다.

토요일 한가한 오후 푸른 하늘 끝엔 봄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봄의 치맛자락 속엔 춘곤증이 숨어있다.

난 주님께서 주시는 불 가운데에서 봄을 맞이했다.

오랜 기간의 누에고치 변태의 과정을 거쳐가는 과정에 있다.

거리마다 개나리가 만개할 때 내 영혼의 봄은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께서 직접 그린  날개를 활짝펴서 날아 오를 것이다.

내 영혼의 누에고치를 바라보며...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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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제 1과,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첫번째,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입니다."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입니다.....'

큰 아들이 읽어내는 새신자 교본을 소리내어 따라 읽으시는 어머님의 얼굴이 어

린아이처럼 밝고 환하다.

두 주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한 어머님은 동네 지역장과 몇분을

초대해 기도도 하고 찬송도 했다고 하신다.  어린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시고

홀 어머님과 함께 살아낸 그 삶 속에 아비의 온전하고 넉넉한 사랑을 남편을 통

해 맛보길 기대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의 결혼 생활 중

어머니는 한번도 참 좋으시고 넉넉한 아비의 사랑을 누리지 못하셨다.

그나마 큰 아들이 유일하게 삶의 모든 이야기가 통하는 통로였다. 하지만 큰아

들도 그것을 온전하게 맛보게 하는데는 역부족인 것이다.

주님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지난 3년간의 기도를 응답해 주실 때를 선택하셨던

모양이다. 이제서야 어머님이 진정한 영적인 아비의 사랑을 맛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력이 좋지않은 어머님은 돋보기를 써도 작은 글씨는 잘 보지 못하신다. 매일

밤 큰 아들인 내가 직접 소리내어 읽어드리며 새신자 교본을 끝내기로 했다.

얼마나 기분이 좋고 넉넉한 시간인가. 사랑이 흘러 넘치는 교제의 시간이다.

캠퍼스에서 학생들 양육할 때 느낄 수 있는 것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교제 시

간인 것이다.

소리내어 낭랑하게 읽어낼 때마다 주님께 감사의 마음이 울려 넘친다.

어머님 가득히 육신의 아비가 채우지 못한 사랑을 영적인 아비이신 하나님 아버

지를 통해 채워지길 간절히 눈물로 기도하게 된다.

그래서 그 여며지고 깨뜨려진 연약하디 연약한 어머님의 심령에 따뜻하고 참 좋

으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흘러 넘치기를 간구한다.

오늘밤도 어머님은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시고 계신다.

환갑이 다 되어서야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찾으신 어머님,

키 큰 아비가 두 손을 내어 뻗어 반기기라도 하는듯이 어머님은

어린 소녀처럼 읊으신다.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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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27

방문을 열어보니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쌓여있는 책들과 옷가지들이 있다.

날이 추워 열보존을 한다는 핑계로 이불을 넓직하니 깔아놓았더니

온 방안이 마치 무슨 고물상처럼 어지럽다.

이불을 개키고 이면지를 정리해 한쪽에 치워두었다. 그리고 책들을 하나 하나

책꽃이의 남는 자리에 넣었다. 보기엔 참 정리가 잘 된 방이되었다.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아내면서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큼직한 것들을 모두 치워 정리해 두어 말끔해 보이던 구석 구석에서

엄청나게 시커먼 먼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상 위, 비디오 위, 조그만

악세사리 하나 하나 위에 수북하니 먼지들이 쌓여 있었다.

책꽃이 받침대에도 수북히 쌓여있다.

닦아낸 걸레위에 두껍게 묻어나온 시커먼 먼지들.

내 마음 속에도 그동안 방치해둔 먼지들이 수북하게 앉아있었다.

보기엔 큼직한 것들을 잘 정리해 두어서 견고해 보였지만

그 안에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던 시커먼 것들이

너무도 수북히 쌓여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마음 속 먼지들을 보고 놀라는 하루였다.

저녁에 방 청소를 하고 난 후에야 마음 속을 걸레로

훔쳐냈다.

교만의 먼지가 가장 많았다.

교만함은 다른 사람의 교만과 꼭 부딪혀 소리를 낸다.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은 모두 내 교만함이

함께 반응해 내는 소리인 것이었다.

내 교만의 먼지를 마신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영적인

콜록거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콜록거림에 내 교만은 또 소리를 낸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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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24. 23:26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무릎을 꿇고 죽음을 간구한다.

하나님 저를 죽여 주시옵소서, 하루 종일 죽여 주시옵소서..

아니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챤이 왠 죽음을 구하는 기도인가?

삶 속에서 계속 드러나는 속자아. 혼(魂)과 육(肉)의 나를

죽여 달라고 간구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죽음에 이르는 길을 걷겠습니다. 되뇌이며 현관문을

나선다. 어느날은 현관문 앞에 서서 신발을 신다가 즉시로 다시

살아난 속자아를 발견하곤 흠칫 놀라기도 한다.

이 녀석들은 현관문을 나서서 몇걸음 걸어가자마자

꼬리를 내어밀고 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오직 주님만이 내 안에 가득히 채워져

성령의 모든 힘과 세력으로 내 영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의 육과 혼을 다스리기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의 죽음이 유익함이란 말을 최근에야 뼈져리게 감수하고 있다.

내 삶 안에서 감내가 아닌 완전한 죽음에 이르지 않으면

영의 키는 더이상 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죽으러 간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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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캠퍼스 학생들과 교제하고 양육할 때마다

두 눈을 들여다 본다.

나 처럼 덩치 큰 사람도 그들의 두 눈안에 들어가 있다.

세상을 모두 담고도 남을 두 눈을 반짝 반짝이며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곤 한다.



"저 간사님..있쟎아요...?"  


언제나 대답할 것을 준비해야만 하는 마음의 부담감을 버린지 오래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렇게 반문한다.


" 글쎄...네 생각은 어떤데...?"


학생들은 기다렸다는듯이 말문을 트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스로 해답을 갖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나 그리고 학생, 사람들은 모두 내 말을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다니고 있었다. 어떤 정답이 아닌 단지 그것을

편안하게 들어줄 큰 귀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 그 속 마음 그대로를 존중하며

"당신의 생각은 어떤데요...?"

라고 묻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함께 하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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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25
 
주님 아버지,

지금의 때에 저는 견디기 힘든 상황과 환경 속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냉정함과 시기와 질투가 저의 뼈를 녹힙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과 환경을 통해 주님이 가르치시는 것을

온전하게 깨닫게 하시고, 저의 부덕함과 교만의 모든 바위들을

깨뜨리시소서.

그리하여 저에게 불화살과 얼음 화살을 쏘게된 모든 이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그들을 축복하게 하소서

제 입술에 거룩함과 사랑의 말만 있게 하셔서

환경과 상황이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계속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만을 찬양하게 하소서.

제 마음을 견고히 지키며 주님이 주실 귀한 가르침을

기꺼이 배우게 하소서.

저를 겸손케 하시고...저의 영을 계속 가난케 하소서..

주님의 마음과 주님의 눈과 귀와 입술을 갖게 하소서...

겸손케 하소서..

겸손케 하소서..

제 안의 모든 저를 계속 죽이도록 하소서..

오직 제 안에 주님만 계시도록 하소서...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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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24. 23:24
하나님 저로 하여금 쉬운 부정보다는 힘든 정의를 선택하

게 하옵시고, 절반의 진실에 만족하지 않고 전부의 진실을

찾게 하옵소서. 저에게 용기를 주사 고상하고 값진 모든 것

에 충성하게 하옵시고, 악과 불의와의 타협을 거절하며, 정

의와 진리가 위험에 빠졌을 때에 비겁하지 않게 하옵소서.


제 방 한쪽벽에 굵은 글씨로 쓰여진 자기 선언문 이랍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나옵니다.

레오는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허리까지 차오른 객실에서 케이트는 사랑하는 레오를

구해내기 위해 날카롭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끼를 구해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귀족처럼 자라 망치질 한번 해보지 않았던 케이트는 자기가 실수 할까 두려워 머뭇거립니다.

이 때 레오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I trust you!"


케이트는 단번에 수갑을 끊어냅니다.

우리의 삶에는 우리를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두렵게 만들기도 하는 수많은 수갑이 있
습니다.

대부분은 마음과 환경의 수갑입니다.

또 자신의 무력함과 열등감으로 어떤 일을 결단하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 때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십니다.

      "I trust you!"


우리 함께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의 동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봐요.


      "I trust you!"


우리를 묶어두었던 수갑은 단번에 끊어질 것입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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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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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가 내리곤 한다.

비가 보슬 보슬 내리고 난 후 가을 산은 하얗게 털갈이를 했다. 머리 위 하늘은

파랗다. 저녁 무렵 단조의 쪽빛 하늘이 되더니 토끼털같은 눈송이가 날린다.

예전엔 첫 눈을 보면 괜스레 신이나 첫눈이 내린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대곤 했는데. 대부분 같은 하늘 인지라 자기들도 보고 있다며 시큰둥하다.

왠지 어린 아이같이 유치 해진것 같아 어느날 부터인가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해

한다. 러브 스토리 등의 영화 속에서나 대리로 눈속에 파묻혀보고 천진난만 해지는

우리네 속사정은 잘 모르겠다. 이젠 눈뭉치를 던지고 놀거나 눈사람을 만들어 보는

순수함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여름에 장대비가 내리면 팬티만 입고 골목길을

뛰어 다니기도 했고 함박눈이 내리면 이유도 없이 떠득썩하게 흐믓해 했다.

아마 지금이라도 환호하며 아이들처럼 즐거워 한다면 미친것 아니냐며 손가락질

당할것이 분명하다.

어른스럽다는것이 과연 무엇인가. 즐거울 때, 슬플 때, 무서울 때, 어느때고

감정을 감추고 위장하여 절제 하는것인가? 관습적 강요의 틀안에 순수와 천진의

발산을 꽁 꽁 얼어붙게 만든것은 왜일까?

오늘은 눈이 내려 마음이 푸근해졌다.

개구장이처럼 뛰어 다니며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하지만 갑자기 돌변해 슬퍼졌다.

땅거미가 질 때 쯤엔 휘파람을 흉내 내는 바람 소리 덕에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다.

변덕스럽긴.

92년 초엔 김현식 씨의 '내 사랑 내 곁에' 가 흩날리는 눈발에 뭉쳐져 도회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지피더니, 올 해엔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꺼야'

에 힘입어 이별을 감행하는 사람도 많았다.

참! 유행가 라는것이 신통하기도 하다. 사랑의 고난속에 있는 사람들의 정곡을

찌르는 그 통쾌한 가사가 어떻게 그리도 강력한 최면력이나 설득력이 있는지.

그래도 공통적인 현상 이라면 사랑에 대한 맹목적이고 강력한 의지의 무장이 없는

회색 연인들이 노랫말 몇 구절에 최면당해 울고 웃고 하는 점이다.

사랑이 원래 그렇게 예민한 감정으로 만들어 진건지,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사랑의 함정에 자의로 퐁당 빠지는건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이렇게 첫 눈

오는 날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화거느라 오늘 전화국은 불통이 날 듯 하다.

내가 왜 슬플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심연에 고요히 잠겨있던 기억의

보프라기가 목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기분 전환도 할겸 뜨거운 물이 펑 펑 나오는 샤워실에서 알몸뚱이의 거울을

연신 들여다 봤다. 예나 지금이나 거울 속 녀석은 변한게 없다.

환풍기 날개 사이로 흰 눈이 내리고 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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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23

지하철 문이 열리전 전까지 몇초의 정지된 시간.

지하철통 안으로 드문 드문 빈자리가 보인다.

뒤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짙은 녹색 시트의 빈자리를 발견한 모양인지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부산하게 힘을 가해온다. 중년의 기름기 낀 콧바람이

목덜미를 더듬는다.

낮동안 봄바람에 마음을 야릇하게 하던 포근한 날씨가 오후가 되니 이내 쌀쌀해졌다.

결혼.

그 신성한 의식을 축하하고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성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회 의식대로 목사님의 경건한 말씀과 축사를 통해 두 사람


한 몸됨을 선포하였다. 연신 두 눈가에 주름이 지도록 커다란 눈망울을 또릿하게

뜨고 웃기만 하던 신랑과 무표정하게 긴 마스카라 속눈썹을 다소곳이 내리감고

있던 신부. 여느 철부지 선남선녀의 결혼처럼 부산하게 장난스럽고 거창하지도

않은 차분하고 겸손한 혼인식이었다.

그 두 남녀를 바라보는 하객들의 눈엔 두사람의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잠시라도 함께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다.

교회에서 조용하게 열린 혼인식 이어서였는지 내심 흐믓한 여운을 마음에

담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보통 토요일에 개최되는 예식장 결혼식은 입구부터 시장을 방불케한다.

부조를 받는 데스크는 흥행하는 영화 표를 파는 곳처럼 무질서하고

결혼과 무관한 공간처럼 보이곤 한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것은

그 신성하고 소중한 혼인식이 마치 뻥튀기 기계에 한수저의 쌀을 퍼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단 2초만에 펑 하고 튀겨져 나오듯이 싱겁게 시작되고

끝나버리는 것이었다.


난 그런 인스턴트 번개 결혼식을 두고 '조루 혼인식' 이라고 되씹곤 했다.

누가 결혼했는지조차 갈비탕 먹고나면 잊어버리는 요즘의 혼인식을 보다가

성스럽고 차분한 혼인식을 보며 내심 뿌듯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었다. 그 혼인식엔 성령님께서 동행 하시고 계셨다.

멘델스존의 '한 여름 밤의 꿈' 처럼 단아하고 평화로운 결혼예식을 올리고 싶어
졌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마자 빈자리를 찾아 쏜살같이 달려가는 저 중년의

아주머니도 한여름 밤의 꿈을 꾸셨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올 여름엔 꿈을 꿀 수 있을것 같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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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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