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gium'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07.04.24 품어내기
  2. 2007.04.24 어머님 다라 비빔밥
  3. 2007.04.24 Peace of mind
  4. 2007.04.24 Hei~ Mr. Monkey!
  5. 2007.04.24 주걱턱 그녀
  6. 2007.04.24 The love of deaf
2007. 4. 24. 23:04
낮아지고 작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사랑이 시들고 미움과 슬픔의 뿌리가 뻗은후
사랑의 고갱이는 붉은 열매를 맺는다.

그 기억의 변증법들은 깊이 깊이 묵혀서
시고 떫음을 지나쳐 본체의 맛과 향이

절로 피어날 때 꺼내야만 한다.
우리는 판도라의 어리석음이다.

어린시절의 취미였다고나 할까. 다른 아이들처럼 골목에서 떠들썩하게
딱지 치기를 하거나 구슬 치기, 땅따먹기를 하기 싫어했다. 어린 눈에

더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 싫었다. 신문
지나 마분지를 접어 만든 사각형의 딱지에 소유의 즐거움과 착취의

쾌락을 그리고 승부의 본능을 부여해 놀이 하는 것이 영 흥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자치기나 연 날리기, 불장난을 주요 놀이로 삼았다. 그것은
주로 겨울철 놀이였다. 옆집 지붕에 한 뼘 만큼 쌓인 하얀 눈에서 일

요일의 태양을 맞이하고 담요안에 훈훈한 화석 연료의 생기가 가득할
때의 나른함을 좋아했다.

낮엔 깨끗한 사발에 모래를 씻어넣고 동생 녀석의 1호 재산인 유리구
슬 몇 개를 놓는다. 그리고 팔당호에서 공수되온 수돗물을 부어 고요

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골목 녀석들의 엄지와 중지 사이에서 사정없이
던져져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입어 탁해진 밉살스런 유리알들이 물속

에 넣어지면 깨끗이 아물었다. 그것은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처럼
투명하고 순수함의 절정이었다.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하지만 너그

러움과 그 맑음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누나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되돌아 보니 구슬이 온데 간데 없다. 물과 모래 뿐이

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는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물보다 유연했
고 빛과 같기도 했다. 내 마음이 희어지고 희어져서 빛이 되면 구슬이

보이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라 믿었다.
인간의 본능인지 순결의 절정을 보면 교활한 호기심이 동하나 보다.

손을 넣어 눈 앞에 꺼내어 보니 투박한 유리일 뿐이었다. 가슴이 아리
고 슬펐다. 치유와 평화의 끝에 이른 그것을 망가뜨린 자책이었다. 한

편으로 영악한 아이의 눈에 비친 그 현상이 신기한 의문으로 남았다.
물속에 담겨진 유리알의 영롱함이나, 꺼내졌을 때의 그 참담함과 현실

적인 슬픔이라니. 구슬의 모양을 그대로 품으며 순수를 살려내는 물의
너그러움이 내 안에도 있을까 하는 궁금이 있었다. 어떤 머뭇거림도

없이 형태에 흡수되기도 하며 포용하기도 하는, 유리알을 부끄럼 없이
물이 되게하는 그 유연한 모성(母性)이 평화의 궁극이었다. 그리고 그

순리의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 치유의 정도(正道)임을 깨닫게 했다.
한가지 불변의 고집 이라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방향성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주보다 큰 포용을 위한 낮아지기였으며 작아짐의 변
증법이었다.

잣나무 침엽 끝에 맺힌 아침 이슬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뒤에 있던 거대한 산과 하늘이 그 작음속에 들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젠 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靑潭...

'Exagi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we are so busy to grow  (0) 2007.04.24
라일락 향기처럼  (0) 2007.04.24
어머님 다라 비빔밥  (0) 2007.04.24
Peace of mind  (0) 2007.04.24
Hei~ Mr. Monkey!  (0) 2007.04.24
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3
김치거리가 비싸서 어머님의 눈초리는 요것 조것 만지작 거리며 들춰도 보

고 흔들어도 보시곤 그래도 자식놈처럼 묵직하고 단내가 물씬 풍긴 배추 몇

포기를 사들고 오시더니만 큰 갈색 다라(대야)에 그것을 푹 절여놓고 빨래

를 하신다. 손빨래가 모두 끝난후에 세탁기에 넣어 한번더 돌리시는 어머님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하긴 다 큰 사내자식들 속옷은 아무리 강력한 세탁

기라도 그 빤스에 누렇게 뜬 자욱은(?) 빼기 힘들테니 말이다.

큰 다라에 수북히 쌓여서 배불뚜기가 되어있던 배추는 숨을 죽이면 푹 가라

않아서 얌전해 지고 어머님의 배추 다루는 솜씨는 본격적인 게임으로 들어

간다. 소금기를 빼기 위해 빨래하듯 물을 그득하게 붓고 씻어내기를 여러번

그것을 또 꾸욱 짜서 물기를 빼내면 김치가 될 자격이 되는 배추포기가 된다.

케로틴이 많이 많이 들어있다는 당근(32 킬로칼로리)을 채 썰어놓고 무우

(18 Kcal), 양파(35 Kcal), 파 등을 넣어서는 그 위에 고추가루를 듬뿍

넣어 버무린다. 가장 중요한것은 새우젓인데 예전엔 비싸서 멸치젓을 더 애

용하곤 했지만 그래도 만불 소득시대를 구가하고파서 새우젓을 2통 넣고는

손이 빨간 색으로 물들 때까지 잘 비비고 버무린다. 마지막으로 조미료를

넣어 맛을 내는데 가장 핵심적인 비법으로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않을수록

먹는 사람 건강에도 좋고 어머님의 손으로 비비면 비빌수록(절대 고무장갑

을 끼고 버무려서는 안된다) 손맛이 어우러져 그 맛이 천상의 신선이 먹는

김치에 비견된다. 이렇게 버무리고 비벼서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고 기절해

있는 섹시한 배추포기 사이 사이에 넣으면 된다.

모두 되었다 싶으면 곧바로 뜨거운 바람에 쐬이지 않고 산달에 가까워진 며

느리 대하듯 김치통에 넣어서는 하루정도 그늘진 곳에 놓아두신다.

마지막 절차로서 모든일에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용두사미는 훠이

훠이 하시면서 어머님 손맛이 잔뜩 베어있는 다라에 남은 빨간 양념 위에

김이 모락 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넣고는 그 위에 참기름을 쭈욱 떨어 뜨린

다. 그리고 아직 씻지 않은 어머님의 양념이 가득히 묻은 손으로 정말 보기

만 해도 침이 꾸울꺽 넘어가는 비빔밤을 버무려 주시는 것이다. 모두 비빈

후에 막 만들어져 김치통에 들어간 그 배추 속내를 몇개 따내어 쭈욱 쭈욱

찢어서는 비빔밥 위에 얹어 주신다. 그 커다란 다라(대야) 에 우리 삼형제

그리고 어머님 모두 둘러 앉아 먹는 점심은 가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요즘은 젊은것들이 모두 인스턴트 김치를 사다먹는다 어쩐다 하던데 여러분

도 어머님 다라에 빚어져 어우러진 그 다라 비빔밥을 좀 먹어보시구려....


배추꽃날에...



                              靑潭.

'Exagi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일락 향기처럼  (0) 2007.04.24
품어내기  (0) 2007.04.24
Peace of mind  (0) 2007.04.24
Hei~ Mr. Monkey!  (0) 2007.04.24
주걱턱 그녀  (0) 2007.04.24
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2
수요일.

비도 많이 내리고 불야성을 이루던 검열기간. 폭풍 전후의 명쾌한 오후다.

간단없이 찌든 심신을 샤워로 말끔히 씻어내고, 햇빛 내음이 담뿍 나는 내

의를 입었다. 하늘은 가을처럼 높고 파랗다. 새털처럼 가볍게 부유하는 구

름들과 아직 녹색 여린 잎사귀로 풍요를 꿈꾸는 벼의 싹들. 마음은 명상의

시간에 도달케한다.

불룩한 커피 포트에 한홉의 물을 붓고 아이처럼 보글 보글 끓는 시간을 만

끽한다. 얼마전 외출중에 정형화된 예쁜 도자기 컵들에 가려져있던 참

못생긴 -따뜻한 토목(土,木) 빛깔- 컵을 구제(?) 했었다. 훈훈한 기운을 두

손바닥으로 감싸고 그 안에서 녹아나는 녹차의 향기를 음미하는 이 시간은

무릉도원이 따로없다. 특별히 다도(茶道)라는 규격을 따르지 않아도 자유로

운, 마음의 평원에 나를 던져두고 체험한다. 녹차를 음미하는 이 신성한

평화에 고요함을 가미하면 금상첨화다. 입안에서 감돌다 목젓을 타고 흘러드

는 차(茶)의 자취와 곧 뒤따르는 고요함은 델리킷한 어울림을 누리게 한다.

난 혀끝에서부터 온몸에 훈훈하게 퍼지는 그 여운을, 하루동안의 상념과 사

람들과의 부대낌에서 떨어지는 감정의 조각들과 수많은 부산물들을 기꺼이

정화할 수 있게 주어진 이 자그마한 자투리 평화가 더더욱 고맙고 기쁘다.

신(神)은 빼앗아 간 만큼의 평화를 주는것 같다.






                           청담(靑潭)  

'Exagi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품어내기  (0) 2007.04.24
어머님 다라 비빔밥  (0) 2007.04.24
Hei~ Mr. Monkey!  (0) 2007.04.24
주걱턱 그녀  (0) 2007.04.24
The love of deaf  (0) 2007.04.24
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1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지고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시며 터벅터벅 걸어가시던 주님. 그분의 마지
막 고개가 떨구어 지고 삼일 째 되는 날 부활의 역사를 이루셨다.

부활절을 경축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많은 성도들이 이쁜 옷을 입고 대성전을 가득히 채우고 있
다. 물론 목사님도 하얀 양복과 하얀 구두를 신으시고 지난 몇 개월간 보지 못했던 더욱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하신다.

유난히 이날은 찬양을 하는 동안 예수님의 피땀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지난날 뒤를 돌아 볼 때마
다 흠칫 흠칫 놀라던 내 모습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는 무슨 연유였는지 매주 예배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성소로 들어가는 은혜를 입고
있었다. 어느날 청년 예배시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찬양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의자 밑으로 발을 꼬고 앉았는지 내 엉덩이에 무엇인가가 자꾸만 부딪친다. 고개를 돌려보
니 뒷좌석엔 아무도 없다. 다시 예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두툼한 것이 엉덩이 밑에 도사리고 있다. 어떤 녀석이 자꾸 장난을 치는건가. 이젠 아예
일어서서 의자를 내려다 봤다. 아무것도 없다. 의자가 고장이 났나.. 자리를 옮겨 앉았다. 다시 무
엇인가 엉덩이를 건드린다. 모두들 찬양에 깊이 몰입해서 눈을 감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

슬며시 일어나 엉덩이 쪽을 내려다 봤다. 내 엉덩이 꼬리뼈 쪽에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꼬랑지가
나 있는것이 아닌가. 바지를 뚫고 나온 그것이 꿈틀 꿈틀 꼬리를 치고 있었다.

길이가 30 센티는 되는듯 했다. 너무도 놀라서 자리에 얼른 앉았다. 청년들 모두 눈을 감고 어떤
이는 손을 들고, 어떤 이는 열심으로 기도를 하며 예배에 몰입해 있어서 아무도 내 꼬랑지를 보지
는 못했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사태인가.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것인가. 손을 씨트 뒤로해서 아직도 엉덩이 밑으로 만져지는 그 꼬랑지를 가
만히 말았다. 그리고 웃옷을 꺼내 입어 그것을 가렸다. 행여나 다른 청년이 볼까봐 조심스러운 발
걸음으로 화장실로 부리나케 뛰쳐 들어갔다.

가방에서 얼른 컷터 칼을 꺼내어 벌써 1미터나 길어져버린 그것을 있는 힘껏 잘라냈다. 다행한 것
은 아프지도 피가 나지도 않았다.

예배중이라 화장실로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절을 잘라내도 아프지 않아 이젠 엉덩이에 가
장 가까운 부분을 얼른 잘라냈다. 그것을 잘라내자마자 구멍이 뚫려있던 바지는 신기하게도 아무
렇지 않게 정상으로 되돌아갔다.

너무도 이상했다. 무슨 꿈을 꾸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볼을 꼬집어 봤다. 이건 꿈은 아니었
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세수를 하기위해 세면대로 가 거울을 보았다.
놀란 토끼처럼 눈이 충혈되어있다. 혹시 내 유전자 안에 이상한 증상이 있는것은 아닐까. 왜 갑자
기 꼬리가 나온단 말인가..

수도꼭지를 돌려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받아 얼굴을 닦아냈다. 혹시나 해서 얼른 고개를 돌려 뒤
를 돌아 봤다. 꼬랑지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후..한숨을 쉬며 다시 거울을 보았다. 까칠한 얼굴
위로 턱수염이 더욱 자라난 듯 보인다.

음..아침에 면도를 했는데...청년예배가 모두 끝날 때까지도 놀랬던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
다. 2부 교제 시간이라는 광고가 나왔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
불안한 마음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연신 엉덩이 쪽을 돌아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다가 아까보다 더 많이 덥
수룩하게 난 수염을 보고 놀랐다. 이젠 구렛나루까지 나서 털보처럼 돼버린 얼굴이 아닌가..아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혹시 무슨 호르몬이라는 것이 이상한 작용을 해 이런 현상이 나는 것은 아닐까? 어디선가 들은 유
전자가 어떻고 호르몬이 어떻다는 전문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병원으로 전화를 해볼까..다시 거
울을 보았다. 완전히 온 얼굴을 뒤덮어 버린 털..자세히 보니 그것은 원숭이의 얼굴 형태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완전한 원숭이 얼굴이었다. 거울속의 녀석은 이제 원숭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니었
다. 엉덩이쪽을 내려다 봤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보다 더 길게 툭 튀어져 나온 꼬랑지가 있는것이
아닌가. 그것은 원숭이 꼬랑지 였다. 이젠 담담해져 버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더이상 놀라지
도 않게 되었다. 이미 원숭이처럼 변해버린 거울속의 내 얼굴을 보며 어떤 조치도 소용이 없을것
만 같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젠 이 모양을 하고 밖으로 나갈수도 없을것만 같았다. 다시 칼을 꺼내 꼬랑
지를 있는힘껏 잘라 봤다. 그것을 잘라내자 아까 교회에서 보다 더 빨리 다시 자라났다. 이것은 없
앨 수 없는것인가? 성경책을 꺼내 펴고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이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
기 시작했다. 30분을 기도했을까.

눈물이 앞을 가리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려 이젠 휴지로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1시간이 지난후 세
수를 하고 거울을 보았다. 잡혀지던 털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꼬랑지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더 이상 그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예배 때마다 난 엉덩이를 슬며시 만져
보는 버릇이 생겼다. 꼬랑지가 다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예배 속으로 들어가 찬양을 참으로 잘했다. 목소리를 이쁘게 낼 수도 있었고 기도도 남들이 참
잘해요..은혜받았어요 할 만큼 하곤 했다. 찬양예배 때는 찬양에 맞추어 춤도 곧잘 추곤했다. 다
른 성도들은 나를 보며 참 믿음이 좋은 청년이라면서 칭찬도 하셨다. 난 열심히 흉내내는 원숭이
였다. 찬양도 흉내, 기도도 흉내, 교제도 흉내..선교합시다. 열방으로 나갑시다 라고 흉내내곤 했
다.

그랬다. 난 예수님은 나의 구주세요..라며 잘도 흉내냈고 전도도 흉내내며 잘했다. 난 그것이 진
정 내가 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것은 단지 잘 연습된 흉내였다. 하나님과 전혀 상관도 없는 흉내..
내가 흉내내는듯 할 때 마다 난 궁뎅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더이상 꼬랑이지는 없었다. 요즘엔 더
이상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지만 아직도 가끔 흠칫 흠칫 놀라곤 한다.


꼬랑지가 나오지 않았을까...

'Exagi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품어내기  (0) 2007.04.24
어머님 다라 비빔밥  (0) 2007.04.24
Peace of mind  (0) 2007.04.24
주걱턱 그녀  (0) 2007.04.24
The love of deaf  (0) 2007.04.24
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0
주말이면 신촌은 어디서 왔는지 참 이쁘고 멋진 옷을 입은 인형같은 아가씨들로 가득차 있다.

버스에 올라타니 내 앞으로 모델처럼 멋진 투피스와 매력적인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를 한 아가
씨가 앉는다. 그녀의 힐은 아주 높았고 얼굴도 참 이쁘다.

화장을 짙게 했지만 별로 야하지 않다. 그녀가 몸을 돌리며 앉을 때 그녀가 주걱턱 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내 바로 앞 좌석에 앉아있는 그녀의 뒷머리카락도 참으로 멋져 보였고 고급스러웠다.

그녀는 무엇인가 불안한듯이 자꾸만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쳐다 보다가 눈알을 굴려보곤 했다. 사
람들이 그녀의 주걱턱에 유난히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일반 버스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그녀의 화장과 옷매무새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을 그녀
는 깨닫지 못했다.

계속 좌불안석이던 그녀는 신촌을 조금 벗어난 정거장에서 우아하지 않게 내렸다. 그녀가 내릴
때 남아있던 진한 향수는 금방 공기중에 희석되어 사라졌다.

그녀는 주걱턱이었다.




          靑潭

'Exagi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품어내기  (0) 2007.04.24
어머님 다라 비빔밥  (0) 2007.04.24
Peace of mind  (0) 2007.04.24
Hei~ Mr. Monkey!  (0) 2007.04.24
The love of deaf  (0) 2007.04.24
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2:59
동대문 운동장 역.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루 중 가장 붐빌만한 때여서

그럴까. 기계적인 습관으로 노란 선 가까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종종걸음으로 훅 하니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는 전철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짙은 남색의 전철 의자는 일곱명이 앉으면 적당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던

눈은 빠르게 사람 수를 세어간다. 일곱명이 아닌데 널찍하게 사람들이 앉아서

다른 사람을 허용하려 하지 않을 때 나는 묘한 분기를 느끼곤 했었다.

그런 분기가 마음에서 꿈틀댈 때마다 왜 이런 결벽증 비슷한 것이

나를 어렵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전철 손잡이를 잡고 선다. 여전히 내 얼굴은

부조리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게 되어 조금은 미안해 지길 바라는 눈빛이

되어버린다. 여전히 여섯명이 앉아 있다. 무슨 편집증 환자같은 생각일까 하는

자책이 금새 헤집고 들어선다. 다른 한켠엔 중학생 세명이 앉아 노트에 무언가

열심히 쓰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뭘 저리도 열심히 공부할까.. 그들은

말도 없다. 마음에 집중을 하면 늘 그렇듯 머리가 아파오곤 했다. 분한 마음은

아드레 날린 분비를 가속시켜 뇌 세포를 파괴하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글

귀를 어떤 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말없이 열심

히 무언가를 쓰고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아이들은 벙어리들 이었다

수화를 하는 대신 공책에 말을 글로 써내던 것이었다. 종종 전철에서 손짓과 표

정, 그리고 눈짓으로 의사소통하던 벙어리들을 본적이 있었다. 주위의 다른 사

람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집중해서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는

그들의 마음이 어떤 마음일까늘 궁금해 했었다. 또 그들의 수화가 정말 내가 말

을 하듯 똑같은 뉘앙스로 의사소통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내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의구심은 내 눈을 그들에게 계속 집중하게 하곤 했다.

어느날은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 자리에 차분하게 앉아있는것을 본적이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한번씩 흘끔거릴 만큼 아름다운 면모를 갖춘 여성이었다.

그녀는 동행한 늙은 여인과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도 벙어리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흐트러지지도 산만해지지도 않고

평안한 표정으로 수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답답하지 않을까...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로최선을 다해 서로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그들의 몸짓과 손짓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시끄럽지도 아우성도 아닌

사랑의 소리 감정의 소리였다. 무언의 소리, 손짓의 소리, 표정의소리.

말의 속도를 따라 표현하기 위해서 절제된 언어로 표시되는 것이 수화였다.

수화를 하면서는 다른 욕을 하거나 분기를 표현해 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이었

다. 그들의 언어는 정말 하나님의 언어였다. 온몸을 떨면서 내는 몸의 언어였다.

소리를 가진 ,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얻어진 내 혀의 소리들.

난 말이 가진 파괴를 계속 맛보고 있었다. 마음의 분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말.. 소리를 가진 말.. 그 혀의 소리가 얼마나 쉽게 상처내고 상처받는데 사용

되었던가. 저 벙어리들이 가지지 못한것을 가진 내가 얼마나 쉽게 그것을 사용했던가.

분내고 그것을 표현해 내고, 경멸하고, 시기하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안경을 낀 벙어리 중학생 아이들은 여전히 공책에 말을 쓰고 보여주고 있었다.

소리가 아닌 글자도 그들에게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한 매개였던 것이다.

벙어리들은 세상의 모든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온 몸을 사용해 만들어내는

사랑의 소리, 자기 표현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번 정차역은 명동, 명동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한 사람이 일어서자 짙은 남색의 전철 의자는 널찍하고 넉넉한 자리를

만들어 냈다.

난 계속 서서넉넉한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작은 한 아주머니가

노련한 눈매로 자리를 탐색하다가 허둥지둥 뛰어온다.

그녀는 미안한듯 힐끔 바라보곤 구석으로 붙어 앉아 옷 매무새를만지작 거린다.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어색한지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그녀는 벙어리가 아니었다.





             靑潭.

'Exagi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품어내기  (0) 2007.04.24
어머님 다라 비빔밥  (0) 2007.04.24
Peace of mind  (0) 2007.04.24
Hei~ Mr. Monkey!  (0) 2007.04.24
주걱턱 그녀  (0) 2007.04.24
Posted by nerulkim
이전버튼 1 2 3 4 5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