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gium'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07.04.24 누나의 유산 소식
  2. 2007.04.24 About my special friend
  3. 2007.04.24 There is none like you
  4. 2007.04.24 여름
  5. 2007.04.24 인상좋은 친구에게
  6. 2007.04.24 사랑은 서로를 배워가는 것
  7. 2007.04.24 레옹, 그 사랑의 끝에서
  8. 2007.04.24 For something new
  9. 2007.04.24 we are so busy to grow
  10. 2007.04.24 라일락 향기처럼
2007. 4. 24. 23:13
 
첫째를 낳은지 몇년이 되는 누나의 임신 소식은 시댁의 기대를 자못 고조 시켰었다.

시아버지와 어머님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당신 세대의 표현으로 큰 며느리의 기특함에 손대면 베일듯한 빠빳한
만원권을 삼십만원이나 넣어 주시고 또 무작정 한약을 지어 오셨다고 한다.

시집가기전 친정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인지 누나는 독립심이
강한 처녀였다. 그녀의 마음에는 많은 슬픔과 상처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한 긍휼함과 애처러움으로 발현되곤 했다. 착한아이(善兒)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누나는 결국 그 성품이 나이팅게일이 되게 하였다.

친정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너무도
사랑해주는 매형을 만났고 시댁 사람들도 딸처럼 아껴주는 분들을 만나 행복해 했다.

장자에게 시집간 덕을 보느라 첫째로 딸을 낳고 조금은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었던
차에 임신을 하게 되어 모든 관심을 온 몸에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모처럼 누나집에서 묵을까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근처 원자력 병원의 간호사로 근무하기 때문에 자주 통화하기 힘들었던 차라
누나의 목소리는 참으로 반가웠다.

누나의 무게실린 허스키한 목소리는 대번에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나 어디 아퍼?'  라는 소리에 '나 유산했단다...'

유산...유산이란 배속의 아이가 생명을 잃어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것을 말하는것인데.
누나의 수 많은 시간들이 이 순간 마음을 너무도 슬프게 했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아플까..얼마나 아플까...

그동안 나도 많은 유산을 하지 않았나 싶다. 어릴적 품었던 꿈들, 자라오면서
세상을 향해 가졌던 계획들, 이상,,

마음을 부풀게했던 많은 것들을 유산시켰던 기억이 있다.
현실과 사회적, 관습적 강요의 눈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해버린것들.

아직 내 안에 아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또한 많은 믿음의 친구들과 선배들이 하나님께서 주셨던 비젼들과 유업을
유산 시키기도 하고 자의로 낙태시키기도 했던것을 보았다.

태아 유산은 자궁속에 죽어있는 그것들을, 생명을 잃어버린 차가운 그것을
긁어내야 하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생명의 유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과는 달리 믿음의 유산을 할 때
우리는 너무도 무감각한 모습이다.

너무도 잔인하다. 어떻게 믿음의 자궁속에 잉태된 것들이 유산되고
낙태되는것에, 차가운 이기와 현실의 갈쿠리에 긁어내어지는

믿음의 씨앗의 비참함과 슬픔에 어찌 우리는 이리도 냉소적인가.

이런 우리의 일상적 모습이 나를 더 슬프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쁜것은 아직 내 안에 품어져 잉태된 믿음이란 아이는 유산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믿음의 아이가 자라고 자라서 열매를 맺을 때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누나,,,내가 누나 기도 잘 안했기 때문이야..누나,,,마음이 많이 아프지..

누나 위해 기도 할께..몸조리 잘해...'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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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12
 
오늘은 별이 보이지 않는다.

종일 비가 쏟아지더니 낮은 잿빛 구름이 대기를 덮고있다.

모두들 취침에 들어간지 한참. 조그만 꼬마전구에 갓을 씌우고 글밭을 쟁기질 한다.

며칠전 까지도 열대야 현상 때문에 모포를 걷어차는 병사가 많았는데, 지금은

쌀쌀한 기운이 이른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곳은 매일, 낮엔 밝은 빛의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다가 늦밤이 되면

수많은 풀벌레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그네들은 인간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맑은, 협정(協定)없는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

서울, 콘크리트 세상 속에서도 늘 이맘 때면 창밖에서 또는 벽 속에서 들려오는

창백한 회색의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쁜 도시 속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몇 시간의 저녁시간, 방안의 전등을 끄고

창가 책상을 마주해 앉으면 조심스럽게 울어대곤 한다. 행여나 녀석들이 놀랄까

숨소리도 죽이고 턱을 괴 눈을 감는다.

훗, 언젠가는 그 늦밤에 전화가 울어대 그 음악회가 중단되는 사태가 종종 있었다.

나도 속물근성의 간사한 인간 인지라 그 몇 녀석을 생포해 유리병 속에 넣어두곤

했는데, 만고의 이치인지 영어(囹圄)의 몸이 된 그 녀석들이 먹이도 주고

물도 주고 최고의 첨단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도무지 연주를 하지 않는것이다.

평범한 진리를 그 때서야 깨닫고 도무 돌려 보냈는데 그날 이후 며칠간은

그네들을 느낄 수 없었다.

지금 누워있는 막사 주위에는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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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11
삼손이 심히 목마르므로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
하나님이.....물이 거기서 솟아나오는지라 삼손이 그것을 마시고
정신이 회복되어 소생하니 ...

사사기 15장 18-19

샬롬 ! ..

오늘 아침 Q.T. 말씀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야...선포이구..
그간의 1개월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도 힘든 한달이었어..

왜냐하면 육체적으로 너무도 아팠고...영적으로도 힘겨운 시간들이었거든..

물론 캠퍼스 사역은 날로 부흥하고 좋았지만 나의 영적인 한 부분은
나날이 힘겹고 버거운 전투였다고 할까.

그 버거움들은 모든 학과 공부와 영적인 부분, 또 교회 임원으로서의
직무유기(?)까지 이르게 했어..

물론 너무도 힘들어서 조금씩 조절해가며 한 것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지체들의 눈은 그리 달갑지는 않았거든...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것은 기다려주고..기도해주었던 몇몇의 사람들 이었지...
물론 조규봉 목사님은 항상 기도해 주셔서..가장 든든한 믿음의 멘토셨어.

한달내내 영적인 앓이를 한후..그 해산의 고통속에 있던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사사기 말씀속 삼손의 잉태 에서부터 삶의 영위를 통해 결말을 주시더구나...

물론 더 자세한 속내는 우리 나중에 서로 침 튀기며 얼굴맞대고
이야기할 기회가 오면 할께.

음..참으로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어. 캠퍼스 곳곳에 핀 라일락 향기가
진한 향수처럼 빗물에 흘러내리더라.

너는 여전히 하나님과 어우러져 잘 지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비가 내릴때면 빗방울의 울림을 통해 나오는
자연의 소리가 마음을 즐겁게 하곤해.

메트로놈 소리처럼 세상 모든 식물들이 온몸으로 만들어 내는 소리가
내 영혼의 흥겨움을 일르켜 세운다고 할까..

어린시절엔 장대비가 내리면 빤스(?)만 입고 골목길을 소리치며 다니곤 했는데
이젠 너무도 커버려 옛 기억속에서나 그 때의 흥분되던 감정을 만끽하곤 한단다.

이렇게 비가 내린후 말끔하게 개인 공기와 세상은 우리를 새롭게 해.
그리고 흙위로 지렁이들이 지나다니곤 했지...

요즈음엔 너무도 더러워서 그러한 광경을 흔히 보기 힘드어..

음...그래도 사람들의 영적인 죽음과 더러움에 비하면 괜찮은것 같아.

가르쳐주지 않아서 모르는 것은 잘만 가르쳐 주면 알 수 있고 고쳐지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해..물론 그래도 안되는 것이 더 많이 있지만 말야.

세상 사람들에게 영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계기가 필요해...

자연과 어우러진 우리의 천진함과...그것의 소멸...그 안에서의 부조화를
많은 이들이 깨닫게 된다면 좋으련만...

우리가 그 깨달음의 매개체와 통로가 되어야 해.

우리 젊은 크리스챤 , 행동하는 크리스챤, 가르치는 크리스챤...

바로 우리가 그것을 해야해...

네가...우리가... 함께..

너무도 상쾌하고 좋은 하루다.

말씀을 통해 나의 영적인 문제와 육체적인 시련의 시간이 끝났고
그 생수와도 같은 하나님의 선포가 오늘 나에게 주어졌어.

오늘 아침 이후로 나의 모든 원기는 회복되었단다....너무도 놀라운 일이야...

나의 한달은 온전히 삼손의 스토리와 비슷했다고 할까...

하나님께서는 놀랍도록 나를 연단시키고 계셔..

이 멋진 봄의 단비를 맞으며..하나님의 은혜의 단비를 품어본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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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11
매년 여름이 되면 장마와 태풍이 기승을 부린다.

늘 장마 때마다 식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처마에서 뚝 뚝 떨어지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며 누님은 남동생 셋을 안방에
옹기종기 앉혀 놓는다.

어머님께서는 부엌에서 김치와 파를 썰어 넣은 빈대떡을

지지고 계신다. 정오인데도 사방은 깜깜하다.

콩기름이 구수하게 끓고 레인지의 파란 불빛이 어머님의 얼굴을 잠깐씩
비출 때 마다 그 열기로 세월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모두들 서로의 다리를 하나씩 엇갈려 끼워맞춰 앉아
누님의 노래에 웃음꽃이 핀다.

노랫말 하나 하나에 손으로 다리를 짚어나가다 끝나는 다리의 임자가 벌을 서는
놀이였다.

서울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었던 79년의 여름엔 바닷가 옛 집에서처럼
비가 올 때마다 할머니께서 그 주름잡힌 당신의 양손에 호박엿과 떡을 만들어

오시곤 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것을 연하게 찐 후 묽은 조청에 찍어 먹는 맛은
요즈음의 피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80년의 봄이 아물고 아시안 게임이 열릴 때까지도 특별히 밖에서 군것질을 해본
기억이 없다. 철마다 아침상엔 산나물이 올라 왔고 아버지의 식성에 따르다 보니

자연히 당분이 많이 든것은 멀리하게 되었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온 후부터 비가 오더라도 모두 모이기 힘들었다.

형제들 모두 커버린 탓도 있겠지만 집 밖에 관심거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리라..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터라 주말이 되면 두 남동생을 TV 앞에 앉혀놓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보곤 했다. 무슨 사내녀석이 앞치마를 두르냐는

어머님의 핀잔도 있었지만 모양도 내고 맛깔스럽게 만들어내 가족들에게
맛보게 하는것도 내겐 큰 자랑스러움 이었다.

누님은 그런것엔 별로 관심이 없어 가끔의 말도 안되는 사내동생과의
솜씨 비교에 시큰둥해 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것에 흥미를 잃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것은

가자미 매운탕을 푸짐하게 요리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던 것이다.

요즈음은 모두가 바빠 쑥갓과 미나리의 풋풋함이 곁들여진 가자미 매운탕을
함께 맛 볼 기회가 없었다.  


벌써 일주일째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미루던 가자미 매운탕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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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10
인상좋은 친구에게  

멋진 밤이군. 가을을 재촉하기라도 하듯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더니 비가 내려

고즈넉하던 밤을 우수에 젖게 만드는 것 같아. 갑작스레 편지를 쓰게된 동기는

후술하기로 하지.

낮 동안에 깨끗이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아 방바닥을 훔쳐내니

한결 깔끔하더니만, 역시 사내놈의 행실이란 것이 늘 그렇듯 그 새 어지럽혀졌네.

책상은 모니터와 프린터로 자리를 차지해 버려 천상 방바닥에 큰 상을 깔고

책을 보기도 하고 이렇게 편지글을 일구기도 한다네. 방금 커피물을 레인지에

올리고 티스푼도 아닌 밥숟가락으로 커피와 프림을 넣고 자그마치 삼 분이나

수저를 입에 물고 있었지. 역시 다방 커피처럼 독특한 향기를 낼 재주는 없지만

오늘 밤을 부족한 공부로 채우며 보내기엔 꽤 어울리는 것 같아.

흠. 인사가 늦었네. 그간 잘 지내셨나. 언혜와 목하 데이트중

신선한 충격(너무 상투적이지?)으로 만나게된 자네에게 몇 번의 전화를 통한

통신을 시도 했지만 자네의

삶의 방식(물론 자의 인지 타의 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에서 무난하게 통화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면 이유랄까.

해거름 때가 다가오면 가정의 관습적 강요에 의한 귀가와 가족과의 유대, 손님이

찾아오기전 가모(家母)와 더불어 요리를 만들고,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늘 소속감과

절제의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듯한 모습에 사실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으로 자네에게 미안한 생각마져 들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고백하고 싶네.

무엇보다 자네의 지금까지의 고요한 삶(마치 나르치스같은 느낌)에 내가 끼어들어

핀트가 어긋나거나 자네 고유의 색깔에 다른 색깔을 가감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은 나 스스로를 굉장히 소심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요 며칠(4일)동안 고심 끝에 조금은 고전적이지만 편지를 통해 자네와

내적 교류를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판단을 내렸어. 서신 자체가 자네의

입지에 조금은 부담을 덜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인데. 어떤가? 물론 전화를

통한 부모님의 외압보다는 편지라는 문서상의 중립성과 글밭을 일구어서

돋아나는 싹들이 서로에게 -자네에겐 더욱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가교(架橋)가 될것이란 기대 때문이기도 해. 어찌되었든 자네의 삶이 참으로

보기 좋고 부럽다고 할까. 비록 단 한 번의 면대와 몇 마디의 대화였지만

닮고 싶은 점이 많아서 좋아. 정리하자면 서신 교환에 비중을 두고 가끔씩

짬을 내 밝은 시간에 함께 산책도 하고싶고 가끔 영화도 보고, 맥도널드에서

치즈버거도 먹고싶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오랜 시간 편안하고 무난한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벌써 새벽 두시가 돼가는군. 오늘 비로 가을

이 한층 깊어지고 완숙해졌을 법해.

시간이 날 때 답장을 준다면 고맙겠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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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책을 읽다가 창문을 열어보니 밤바다 위 포말처럼 고요히 구름이 흐르고있다.
부모님이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으셨는지 두런 두런 하는 소리가난다.

가만히 방문을 열어 보니 안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모두가 잠든 이시간에
두분이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실까 귀 기울여 보니

"길영(永)자는 이렇게..이렇게 쓰는 거야...응 응 그래..아니..그게 아니구.."

놀라운 일이었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시지 않은 어머님에게 종종 무시하는 투의

말을 던지시던 아버지셨는데, 결혼 생활 40년이 되가는 요즈음 가족들의 이름을
한자로 쓰는 것을 어머님께 가르쳐 주고 계셨다.

부끄럽지만 대학생인 나 조차도 읽을 줄만 알지 온전히(?) 가족들 이름을 한자로
쓰지는 못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오늘 어머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한자로 자식들과
남편의 이름을 또박 또박 써 내려가고 계셨다.

40년이나 살붙이로 함께 살았지만 새롭게 새롭게 무엇인가를 배워나가고 있고
서로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한 철학을 하나 떠올려 본다.

사람들은 종종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선언한다. 곧 그 말은 사랑을
시작했고 그 사랑의 크기와 양은 이미 정해졌으며 더 이상 변동되지 않을 듯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사랑은 끊임없이 새롭게 서로를 배워가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우리가 사랑을 시작할 때 그것은 계기일뿐 지속될 수 있는 에너지는

계속 공급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종종 많은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할 때 이미 모두 사랑해버린 듯 시작한다.
그리고 이네 지치거나 서로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그것에 대해 감당하지

못해 갈등하거나 이혼하는 사례가 많은 듯 하다. 그것은 서로의 내부에서
요구하는 사랑의 공급과 서로를 배워가려는 의지의 박약에서 온다고 믿는다.

그러한 모습은 인간관계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타인에 대해 규정하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상대에 대한 규정을 통해 그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규정을 벗어나는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내
새로운 모습에 대해 대부분은 수용의 모습으로 받아 들이고 갈등을

해결한다. 만약 계속되는 수용의 요구가 있을 때 우리는 심각한
갈등을 표출하게 되는것이다.

그러나 이 때 우리가 수용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모르던 모습을 배워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결코 부담이 되지 않을법 하다.

왜냐하면 배워가는 것은 사랑의 의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결코 지겹거나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는 영구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오랜시간을 함께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 순간 새롭게 새롭게 서로를

배워가야만 한다.

마치 우리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듯이...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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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ok" "ok" "ok" , "움직임을 함께 느껴", 주변보다 더 짙고 어두운 옷을 입
어야해", "자 숨을 멈춰", "레옹, 이곳에 뿌리내려 함께 살아요"

사내녀석들의 땀 냄새로 가득한 내무반 붙박이 벽에 놓인 VTR 은 Play 발
광 다이오드를 빨갛게 치뜨고 있다. 화면이 지날 때 마다 TV 에 집중해 있

는 병사들의 턱을 괸 얼굴들이 무표정하게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한다.

레인맨에서의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케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던 장 르노
의 레옹과 와일드 오키드의 여주인공 -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 이미지의

나탈리 포트만의 마틸다. 마틸다의 색깔은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와 비슷
했다. 관심밖의 영역에서 그저 바라보고, 가끔 심하다 싶을 만큼 매 맞기도

하는. 그 나이의 아이들이 가질 순수함과 발랄함은 기저에 억눌려 감추어져
있고 영악한 눈빛과 악바리같은 어리광, 예민한 감수성등이 그녀에게 강한

흡인력을 가진 눈을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카메라 앵글이 마틸다의 실루엣을 화면 가득 담고 있을 때 그녀의 코와
입술은 깎아 놓은듯 아름다웠다. Fade-in 되면서 클로즈업 된 긴 속눈썹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만감(萬感)의 메시지를 주는 눈동자 - 사실 마틸다의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어린 소녀같은 발랄함, 장난끼를 동시에 풍기는

야누스적 원천은 그녀의 눈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레옹의 그것과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강렬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클리너. 레옹 신드롬으로 익숙해진 - 킬러보다 예리하면서 인간미가 진하
게 묻어나는 언어. 성격파 배우들의 공통점이라면 헐리우드 스크린의 판에

박힌 잘생긴 배우들과는 달이 눈이 움푹 들어가 있거나 윤곽이 샤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데 양들의...앤소니 홉킨스, 25시...앤소니 퀸, 레인

맨...더스틴 호프만, 미저리..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캐시 베이츠, 사랑
과 영혼..싸라피나..만델라..씨스터 액트...우피 골드버그 등. 그들과 한

부류에 속하는 장 르노의 레옹. 그의 무표정하게 툭 불거져 나온 조금 충
혈된 눈은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습관적으로 창문과 환풍 통로, 가구

의 배치, 출입문 위치 등 전체적인 구조를 탐색하고 꼭 커튼을 두른다. 군
밤 장사 아저씨같은 윤곽에 냉정하고 말이 적은 - 프로페셔널다운 진화된

행동방식. 그러나 그 속에서 배어 나오는 진한 인간미와 스스로에 대한 엄
격함과 절제는 신(神)의 강제된 선물인 사랑에 의해 해리되고 어찌보면 상

투적인 이야기처럼 사랑과 피, 카타스트로프(Catastrophe)의 랑데부를 보
여준다. 종국에 관객에게 남기는것은 늘 그렇듯 사랑과 정의, 평화의 여운

이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 해석이라 대중적 느낌인지 확인한 바 없
다.

90년대 들어 본 영화는 대부분 상당히 난해한 것들이었다. 소위 포스트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감독들의 다크 파스텔 톤 화면 구성은 그 앵글이 과

격하거나 성(性) 모랄 박스(Culture)의 보수주의를 겨냥 했거나 정신분석
적 심리학, 심지어 소품의 색깔과 빛의 분산에 의한 관객의 뇌포(腦胞)

반응 까지도 계산한 신중한 것들이었다. 그런 배경 때문에 레옹의 컷트마
다 숨어있는 메시지를 읽어 내려고 오감(五感)을 동원하는 정성을 기울였

지만 지극히 주관적 스키마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덕분에 뤽 베송 감
독은 충분히 슬펐을(?) 것이다. 착각 이었는지 모르지만 잠깐 비춘 절제된

생활과 고독감의 결투 외에는 특별한 갈등의 피크는 느끼지 못했다.

레옹과 마틸다를 줄곧 휘감고 있던 분말처럼 부서지는 창가의 햇살과 화
분.

'햇살'은 아마도 레옹에게 자양분이 된 마틸다의 플라토닉한(?) 사랑이 아
니었나 싶다 - 장 르노는 우유만을 주식으로 했는데 모성애(母性愛)에 대

한 반동형성 또는 애정 결핍에 의한 일종의 시위(Demonstration) 를 표명
하며, 마틸다와의 첫 모멘트(Moment)는 그녀가 우유를 사다주는 것으로 시

작 되었다.

'뿌리 없는 화분'은 클리너로서의 고독감, 인간관계의 단절, 약간은 편집
적인 - 자신이 머무는 곳의 모든것을 탐색하는 - 레옹의 자아상을 대변하

는 오브제로 사용된 듯 하다.

즉, 마틸다 = 모성(母性) = 우유 = 햇살 이며
레옹 = 뿌리없는 화분 = 고독 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둘다 정에 굶주려 있다는 점에선 공통으로 적용된다.(지극히 개인적
생각임을 밝혀두고 싶다)

매개로 등장한 악당(?) 들과의 투쟁과 마틸다를 탈출 시키는 레옹의 모습
은 뿌리없는 화분에서의 몸부림 이었고 "레옹 이곳에 뿌리 내려 우리 함께

살아요" 라는 마틸다의 마지막 대사로 그의 몸부림과 고독과의 투쟁은 끝이
났다.

군에 입대후 2년여 동안 정말 보고싶은 많은 영화가 나왔었다. 그러나 휴
가 때 본 '너에게 나를...', '세가지색 中 Red', '쉰들러 리스트' 외에는

전혀 스크린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중대 내무반에서
VTR 을 통해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 기쁘다.

지난 외박 때 '포레스트 검프'와 이번의 '레옹'은 전체 스토리는 단조로
운듯 했지만 군 복무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에겐 많은 감동과 여운을 남겨
주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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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7
시원한 밤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밤이다.
어머님께서는 주방에 홀로 앉아계셨어.

내가 다가가 어머님...음..어머니을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세요?
어머니는 제가 좋으세요?  싫어..왜요? 너무 교회에 미쳐서..

미친것 아니예요..그저 너무도 좋아서요..믿어도 조용히 믿어야지.
너무 소란스럽게 믿잖아...

난 어머님이 빨리 하나님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은 내 삶이
변한것을 보았잖아요.

전 어머님의 상처들이 보여요. 어머님 안에 있는 수많은 도무지
셀 수 없는  그 상처들과 깨진 마음들을 볼 수 있어요. 아주 어린

시절의 상처와 처녀시절의 상처들...또 결혼 후 아버지로부터의
상처들..자식들로 부터의 상처들..난 어머님이 너무도 좋아요.

어머님같은 인고의 세월을 사신 분이 몇이나 될까 생각이 들어요.
어머님이 하나님을 믿게 된다면 저처럼 하나님께서 어머님의

그 아픈 곳들을 하나하나 만져주시고 치료해 주실거예요.
그럼 친구들과 계모임후 노래방에 가는것보다 기쁘고 즐거울 거예요.

노래방 갔다오면 행복해요? 그래도 뭔가 걸리죠? 아니..기뻐.
노래방 갔다 오면 다 잊어..

전 배우자를 선택하려고 생각을 할때마다 어머님을 생각해요
음..어떤 면에서는 어머님같은 성격과 반대되는 자매를 생각

해보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어머님같은 성격을 생각하기도 하구요

...어머니가 좋아할 수 있는 며느리를 생각해요..전..

아냐...며느리는 니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구..
선한며느리 악하게 만드는게 남편되는 사람의 성격때문이라더라..

그래요?...음..전 아직도 하나님의 품성을 깨달아 가는 중일
뿐이예요. 넌 가끔 못된 성격을 보인다구.

그래도 제가 엄청난 변화를 가진걸 어머님도 보셨잖아요..

제 안에 있던 어머님의 이미지는 그리 좋은편이 아니었어요.
어린시절엔 계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어머님이

울면서 나를 그렇게 모질게 때릴때요...어느날 하나님께서는
제 안에 들어오셔서..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깨뜨려 주셨어요...그 견고하게 틀이 지어있던 어머님과 아버지
에 대한 좋지 않던 모습들...

전요..하나님을 만난후 어머니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어요.

아버지 어머니의 그 연약함과 아픔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지혜의 눈과 통찰을 저에게 주신답니다.

공부나 열심히 해..딴 생각 품지 말고..공부 열심히 해..

저 잘하고 있어요 어머니..공부 잘해요..

그래..

왜이리 개고기가 잘 익지 않지?

냄새가 구수하네요..된장냄새..

그 고기 아버지가 사오신 건데...

그래..

내일은 학교에서 예비군 훈련이 있어요 어머니

늦겠다 얼른 자라..

네..

어머님 전 어머니를 너무도 사랑하고 좋아해요..

가스레인지 파란 불꽃이 어머니 얼굴에 어른거린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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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6
교회에서 돌아와 회개 기도를 했어요.

지체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또 아직도 연약한 품성을 가진
제 모습 때문에요.

기도를 하고 난 후 완전히 쉬어버린 목 덕분에 침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주일 잘 보내셨어요?

UDTS 지원서의 질문지를 작성하며 UDTS를 품게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새삼 명확하게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끄시는 수레바퀴의 자취를 되돌아 보면 너무도
흥겹고 재미있는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전개와

갈등의 피크를 넘어서는 고비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은혜가
있었음을 깨달아요.

이 믿음의 소설은 끊임없는 상승 전개를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자주 설레임을 가지곤 합니다.

예전엔 내일 삶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하나님을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순간 순간의 소중함과

다음의 전개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 설레임을 안게 되는것 같아요.

UDTS 를 품고 기도하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영적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부모님의 반대로부터 시작해 환경적인 방해를 조장하는 사단
녀석이 너무도 미워요. ^^ 참 이상한것은 그 미움과 함께

하나님께서 이 괴씸하기 그지없는 사단녀석을 어떻게
처리하실까 궁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믿음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말씀들이 그것을 기대케 하는
근원이 아닐까 합니다.

어찌 되었든 모든것이 저의 승리임을 확신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길을 막으시기도 하고
열기도 하셔서 '기다림'이라는 훈련을 하게 하시는 분 같아요.

순간 순간마다 그 기다림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못하는
절 발견하곤 합니다.

또 그 연약함을 가르쳐 주심으로 더욱 연단시키시는 하나님의
복선이 참 묘미죠.

자매의 삶속에서도 함께 행하시며 , 멋진 오빠처럼
아버지 처럼, 언니처럼 또 친구처럼 다가 오시는 하나님을

만나셨을 거라 생각해요.

요즈음 제겐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누나같은 하나님이 함께하세요.

학과 공부와 미션컨퍼런스, 부흥 콘서트 준비, 대동제 CCM 콘서트
UDTS 준비 등등. 여러가지 사역들로 분주하지만 그 때마다

영기야..힘들지? 조금씩 쉬엄 쉬엄 하렴..말씀하시는 너무도
푸근한 목소리의 누나같은 하나님으로 제게 다가 오신답니다.

자매에겐 어떤 모습의 하나님 이실지 궁금해 지네요.

자매의 건강 , 그밖의 모든 환경적인
것들과 영적인 것들이 온전히 준비되고 세워지길 기도합니다.

이제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었네요. 항상 주님과 동행하시며
주님의 빛과 향기를 모든 학생들에게 드러내는 자매가 되세요.

^^ 그럼 나중에 또 ....



                   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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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ulkim
2007. 4. 24. 23:05
마당 한구석에 지난 겨우내 초라하게 서있던
한그루 나무. 예전엔 몽련이 사뿐하게 피어있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피지 않는다.

아랫층 아주머님이 나무 옆에 소음이 심한 대형 냉장고를
놓고 흙이 숨쉬지 못하게 시멘트를 덮어버려서 일까...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곳에 라일락 나무가 살고 있었
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내내 앙상하게 부러진 가지로 움츠러있던 그 품새가
비오는 날 나지막한 향기로 피어났다.

골목 어귀로 들어서니 멀찌감치부터 교회 이쁜 누나의
머리에서 나던 향내가 난다.

어느집에서 이리도 좋은 내음이 날까...참 부잣집이구나
생각했다.

오히려 멀리서 강렬했던 그것은 집앞에 이르니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서 나는 향기였을까?

이층으로 올라오며 무심코 바라본 마당에 너무도
아름다운 빛깔의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왠 꽃이 피었지? 무슨 이름의 꽃일까?

향기도 없고....몇일이면 사라지겠지...

다음날도 30 여미터 골목 어귀까지 그 향기가 났다.

어디서 나는향기일까...아름다운 아가씨가 사는 집일까?
궁금해,..

집에와보니 많은 꽃잎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며 눈내리듯 나리는 그 꽃잎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도 그냥 지나갔다.

다음날은 더이상 그 향기가 나지 않았다.
향수가 다 떨어진 모양이군...

집에 와보니..파란 잎사귀만달린 그저 평범한 나무가
서 있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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